높임말 공용화라는 말의 형식적 평등은 봉건적 신분의 불평등을 깨뜨리는 혁명적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높임말 공용화라는 말의 형식적 평등은 말의 실질적 불평등과의 모순을 심화시켜서 한편으로는 순종과 복종의 관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거스름과 맞섬의 욕구를 키웠다. 순종과 복종의 관성과 동반 성장한 거스름과 맞섬의 욕구는 이제 높임말 공용화라는 형식의 존립을 위 협한다. 봉건적 신분의 불평등에 거스르고 맞섰던 그 무기가 이제 말의 실질적 불평등 위에 올라서 있는 위아래 관계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다. 위아래 관계는 한편으로 순종과 복종의 관성에 머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거스름과 맞섬의 욕구를 들춰보는 아랫사람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무시와 억압, 순종과 굴종이란 말의 비뚤어진 관계를 뒤집어 말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단결하기 시작했다. 높임말의 몰락과 반말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반말주의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목적을 감추는 것을 경멸받을 일로 여긴다. 반말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현존하는 모든 비뚤어진 말의 질서를 타도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윗사람들로 하여금 반말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에,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가 아니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맞서라. 반말로 맞서는 아랫사람이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순종과 굴종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모든 아랫사람들이여, 반말로 단결하라!
한국사회에 반말공용화를 묻는다: 인지문화철학자의 반말 선언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924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