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으면 썩어 없어질 뿐 나의 에고 따위가 남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나이 젊지는 않지만 삶을 사랑한다. 그러나 내가 허무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공포로 몸을 떠는 모습에 대해선 경멸한다.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 수 있는 건 그것에 끝이 있기 때문이며, 사고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제 가치를 잃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수대에 올라가서도 당당하게 처신했다. 세상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해 진실하게 사고하도록 우리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당당함이다. 우리가 아늑한 실내에서 인간화된 전통적 신화들이 주는 온기에 묻혀 있다가 과학이 열어 준 창을 내다봤을 때 처음엔 몸이 떨리지만 결국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힘을 얻게 되며 거대한 우주도 제 나름의 장엄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3rd Earl Russell, OM, FRS, 1872년 5월 18일 ~ 1970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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